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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일&이야기

코로나 시대, 산학협력과 기술이전에 대한 고찰-1

by 이고트 2020. 9. 30.

산학협력과 사람

 

작성자 이성준


산학협력이라는 개념이 관련 법으로 시행되면서 도입된 지 어느덧 17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동안 관련 정부 부처와 대학 및 관련 기관들이 산학협력을 위해 수많은 예산과 프로그램들을 만들었지만, 아직도 산학협력에 대한 인식은 일반인들에게 낯설기만 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산학협력이란 이 협력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말하는 산학협력의 범위를 단순화해보자. (산업체·기업)과 학(대학)이 협력하는 대상이자 주체라고 볼 때 둘은 태생부터가 다르다. , 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영리 기관인데 반해,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 포함)과 같은 곳은 공공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비영리기관이다.

그렇기때문에 둘은 본질적으로 반대되는 성향으로 인해 협력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산학협력에 관한 법과 제도 등이 생기고 계속적으로 협력을 유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다른 산과 학이라는 두 주체에 대한 중간 매개체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산학협력단이다. 산학협력단은 위에서 언급한 2003년 관련 법에 따라 전국 대학에 설치가 되었고 2018년 기준 전체 417개 대학 중 356개 대학이 산학협력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산학협력이라는 이름으로 종사하는 직원 수는 얼마나 될까? 동년 기준 7,596명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 중에서 산업체 연계 업무(기술이전·사업화, 산학연계, 창업보육 등)를 담당하는 인력은 전체의 32.6%(2,474)에 해당한다고 나타나 있다.(2018 대학 산학협력활동조사보고서/교육부·한국연구재단/2020.02.28.)


생각보다 많은 인력이 10년 넘게 전국 산학협력단에 종사하고 있지만 정작 많은 중소기업, 창업자들에게는 왜 산학협력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보편화 되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어쩌면 우리 스스로에게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얼마전 산학협력을 함께 했던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게되었다. 창업 5년만에 직원 100여명을 고용하고 VC들로부터 수 백억원의 투자와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스타트업이다. 현 시점에서 대표가 바라본 스타트업 또는 중소기업이 느끼는 산학협력에 대한 솔직한 생각이 궁금했고, 어떻게 하면 산학협력이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많은 의견이 있었지만, 그가 산학협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산학협력은 기술, 협력 프로그램, 공동개발, R&D로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일을 하는 사람들(산학협력단 직원, 연구자)의 마음가짐이라는 것이다.

그 스타트업 대표도 창업 초기 힘든 시절 가장 힘이 된 것은 산학협력으로 지원받았던 자금, 공간, 인력보다 한 명의 산학협력 담당자와 아침에 나눴던 커피 한잔이나 야근을 하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가고 있을 때 자신의 고민을 진정성 있게 들어주던 그들의 진심이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아침마다 커피타임을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야근을 할 때마다 대표들과 저녁 만찬을 열자는 것이 아니다. 기업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산학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특히, 산학협력 업무 중에 이렇게 기업들과 직접 만나고 부딪히는 일을 하게 되는 업무를 하는 담당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칫 기업의 대표를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기 보다 기업이라는 객체로 인식하고 대하는 순간 상투적이고 습관적인 업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