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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일&이야기

코로나 시대, 산학협력과 기술이전에 대한 고찰-2

by 이고트 2020. 9. 30.

균형있는 산학협력

 

 

코로나 19사태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비대면·Untact(Contact의 반대되는 의미로 코로나 사태에 나타난 신조어)로 인해 산학협력도 덩달아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요즘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중요한 산학협력이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많은 대학의 산학협력단들이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화상으로 미팅을 하거나, 음성으로 회의를 하는 등 최근 발전한 기술들을 활용하여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산학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들을 활용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나 진정성 있게 기업을 대하는 자세일 것이다.

 

그렇지만 비대면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산업체의 수요를 파악하여 산학협력을 진행하는 방식들은 자칫 사무적이 될 수 있고 정보만 단순히 주고받게 되는 형식적인 산학협력으로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화상으로 기업과 미팅을 하거나 외부인과 의사소통을 할 때 깊이 있는 이야기나 신뢰감을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을 종종 느끼곤 한다.

 

산학협력으로 기업과 기술이 만나기 위해서는 기업의 대표자와 대학의 연구자라는 사람간의 신뢰가 상당히 중요하다. 그래서 Untact비대면에 맞는 화상회의만이 능사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산학협력의 방법은 무엇일까?

 

비대면이라는 외적인 수단을 바꿀 수 없다면 내부적으로 인식을 바꾸어 접근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지금 같이 비대면이라는 제한된 상황에서 기업과의 연결 방법에 대한 고민만이 아닌, 이번 기회에 기업이 바라보는 산학협력에 대한 인식과 선입견에 대한 문제점을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의 산학협력은 대부분 대학을 위한 성과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많았다. , 산학협력의 주체가 대학에 의한, 대학을 위한 성과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앞으로의 산학협력은 기업에 의한, 기업에 의한, 기업을 위한 성과를 중심으로 무게추를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면, 산학협력 방식 중 대학의 다양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는 기술이전의 경우, 기술이전을 통해 기업으로부터 받은 수익(기술료)이 대학 산학협력단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성과지표 중 하나다. 정부에서는 매년 산학협력단이 기술이전으로 얼마나 많은 수익을 만들어 냈는지 평가도 하고 대학마다 정보를 공개하며 순위도 정한다.

 

물론 좋은 기술은 높은 가치에 거래가 이루어져야 하는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 또한 상당히 대학 중심의 사고방식일 수 있다. ‘균형있는 산학협력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관점에서도 충분히 고려를 해봐야 한다.

 

기술이 이전되고, 이후에 기업이 그 기술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사업에 도움을 받았고 또 그 기술이 기업의 성장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좋은 기술이라 하더라도 그중에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기술이나 연구 결과물도 있고, 추가적인 개발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기술도 많다. 때로는 대학이 만든 특허라는 이유만으로 기술의 가치가 과대 평가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단지 대학이라는 상아탑에서 나온 특허이기 때문에 늘 높은 가치로 기술이 거래되길 바라는 것은 자칫 객관적인 기술의 가치를 책정하고 이전되어야 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기술이전을 통해서 사업화까지 도달하게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대학에서 만들어지는 특허는 연구실 단위에서 만들어지는 실험 결과물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업이 이전을 받아서 상용화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와 추가적인 상용화 테스트가 필요로 하게 된다.

 

그렇기때문에 산학협력단에서는 기업과의 기술이전에서 대학의 기술을 단순히 이전시키는 것에 목적을 두어서는 안된다. 기업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하고 현재의 기술가치를 인정하는 균형 있는 산학협력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미래의 기술적 가치가 상당히 높다면 초기에 기술에 대한 가치를 높게 책정하여 선급기술료를 많이 받는 방식보다 Running-Royalty(매출이 발생할 때 지급하는 기술료 지급방식)milestone(단계별 목표 달성 시 지급하는 인센티브 성격의 기술료 지급방식) 방식과 같은 조건을 명시하여 차후 기술로 인해 기업의 수익이 발생하거나 이전된 기술로 사업의 목표를 단계별로 달성할 때 발생 되는 이익을 대학과 공유도록 한다면 훨씬 더 균형있는 산학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이다.

 

산학협력으로 인해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얻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불행을 겪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결국 이러한 대학의 목표와 기업의 니즈(needs)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그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고, 이러한 문제의식과 개선의 필요성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단기간에 바뀔 수는 없을 것이며, 제도와 조직의 변화를 기다리기 전에 현장에 속해있는 담당자들이 작은 관심과 배려를 보인다면 그것이 산학협력 인식확산의 시작이 될 것이다.

 

사서삼경에는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면 언젠가는 바뀌게 된다라는 말이 있다. 산학협력 담당자 한 명의 작은 생각의 변화가 기업 대표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것이 곧 언젠가는 해당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19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하면서 오히려 작은 병치레는 줄어들고 경미한 감기 환자는 감소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현실을 받아들이고 인식의 변화를 통해 본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또 다른 삶의 지혜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